송제대왕은 명부의 시왕 중 세 번째 왕이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명부라 하는데, 명부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이 지장보살과 시왕이다. 시왕은 한자의 의미로만 본다면 ‘열 명의 왕’이라는 단순한 뜻에 지나지 않지만, 불교와 도교에서는 특별히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 즉 진광대왕(秦廣王), 초강대왕(初江王), 송제대왕(宋帝王), 오관대왕(五官王), 염라대왕(閻羅大王), 변성대왕(變成王), 태산대왕(泰山王), 평등대왕(平等王), 도시대왕(都市王), 전륜대왕(轉輪大王)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송제대왕은 명부에서 죽은자가 세 번째 맞이하는 칠일간의 일을 관장하는 관리이다. 송제대왕은 대해(大海)의 동남쪽 아래의 대지옥에 거주하면서 대지옥 안에 별도로 16지옥을 두어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죄인을 각각의 지옥으로 보내는 일을 맡으며, 주로 사람들의 사음(邪淫)의 일을 다스린다.
죽은 자가 송제대왕을 만나러 가는 길은 여러 경전에 표현되어 있다. 『시왕생칠경』에는 죽은 자가 삼칠일째에 송제대왕을 지나가는데 두려움에 싸여 비로소 저승길이 길고 험함을 깨닫게 된다고 하며, 각각 이름을 점검하여 있는 곳을 알려주고 무리를 지어 보내게 된다. 또 『시왕찬탄초』에 보면, 송제대왕에게로 나아가는 길에는 관문이 있어 업관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문을 지키는 도깨비가 하나 있는데 그 형상은 비교할 만한 것이 없을 정도이다. 머리에 뿔이 열여섯 개 있고 얼굴에는 열두 개의 눈이 있다. 이 눈을 움직일 때 번개같은 빛이 나오고 입에서는 불꽃을 내뿜는다. 죄인이 도깨비를 보고서 갑자기 넋을 잃는다. 도깨비는 눈을 부릅뜨고 크게 성내며 “이 관문에 올 정도의 죄인은 사람을 죽이고 남의 물건을 억지로 빼앗는 부류이다. 이와 같은 류의 죄는 모두 손발로 만드는 것이니 너의 손발을 관세로 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죄인의 손발을 싹둑싹둑 잘라내어 철판 위에 늘어놓는다.
송제대왕은 죄인이 평생 지은 죄업을 신이 모두 기록하니 소상히 들으라고 말하고 직접 읽어준다. 살아 생전 지은 살인, 도둑질, 음란, 나쁜 말 등 중한 죄와 남도 모르는 마음 속에 묻어둔 곳의 죄 등을 일일이 털끝만큼도 감추지 않고 소상히 읽어서 들려주면 죄인은 이것을 받아서 이러쿵저러쿵하지 못하고 다만 눈물로 흐느껴 운다고 한다.
송제대왕이 거느린 부하로는 사명판관, 대산하판관, 대산서판관, 사록판관, 대산유판관, 하원당장군, 백호귀왕, 적호귀왕, 나리실귀왕, 주선동자, 주악동자, 일직사자 등이 있다.
출저 : 오방대제와 한국의 신